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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i`s personal blog


공부, 이론, 실습 그리고 생각


내 인생 선택의 순간들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나는 대체적으로 인생의 방향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마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조언들은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 모든 조언은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언이 맞던 틀리던 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조언이어도 그 당시에는 맞고, 틀린 것을 판단할수가 없다. 결국 그 평가는 미래의 내가 하게 될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미래의 내가 지게 된다. 맞고 틀린것을 판단할 수 없으니 아무렇게나 선택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 고민을 통해 미래의 내가 하게될 자책을 줄일 수 있다. 나의 선택이 치열한 고민끝에 나온 결정이라면 후회할지언정 자책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인생의 중요 선택지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즐겁게 기대하면 된다.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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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vs. 일반 대학

힘겨운 재수 생활을 끝내고 내가 살던 지방의 K교대와 일반 대학 두 군데를 합격하게 되었다. 사실 끔찍했던 08년도 등급제 수능에서 외국어 영역이 답안지 마킹 실수로 인해 등급이 밀려나온 상태였다. 두 대학 모두 내가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선택을 해야 했다. 집안 어른들 모두 교대를 가야한다고 했고, 교대 등록금에 맞춰 금전적인 지원까지 해주셨다. 당시에는 앞날이 보장되어 있는 교대를 선택하는게 일반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교대를 지원한 것은 재수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타이틀을 따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내가 가고 싶던 서울 상위권 대학에 못갈바엔 교대 타이틀이라도 따놓겠다는 생각이었다. 50~60까지 어린 아이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반수까지 생각했던 나는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 내가 그때 교대에 갔따고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 당시 어른들의 조언은 틀렸다.

컴퓨터공학, 경영학 복수전공 vs. 컴퓨터공학 단일전공

2학년까지 경영학과 컴퓨터공학 양쪽 과목을 들으며 복수전공과 단일전공을 고민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컴퓨터공학 전공 교수님들께 상담을 해보면 모두 복수전공으로써의 컴퓨터공학은 매력이 없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당시 담당 지도교수였던 경영학전공 교수님께 상담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컴퓨터공학 단일전공을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취업도 안되는 경영학을 뭐하려고 하냐는 것이었다. 현재는 컴퓨터공학 학사 졸업 후 경영MBA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 교수님들의 조언이 맞았다. (당시 경영학 교수님께서 학교 취업진로처 처장이었던것도 운이 좋았다)

삼성전자 vs. SK플래닛 vs. NC소프트

대학을 졸업을 앞두고 정말 운이 좋게도 당시 취업을 준비했던 회사 중 다수에 합격했거나 최종 발표만 남겨둔 상태였다. 당시 모든 전형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 생각했던 나에게 맞는 회사 우선 순위가 있었는데 최종 선택에 들어갔던 회사만 놓고 봤을 때는 SK플래닛 → NC소프트 → 삼성전자 순이었다. 당시에 나는 지금과 같은 정도로 IT 산업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선정 기준은 1. 개발자가 먹여 살리는 회사 2. 실력있는 개발자(선배)가 있는 회사였다.

NC소프트의 경우 재직중인 대학 선배들이 있어 조언을 구했다. 나의 이력서를 토대로 대화를 나눈 선배들은 삼성전자를 권했다. 신입이기 때문에 NC소프트보다는 조금 빡센(?) 환경에서 2~3년 굴러보고 그때 이직 생각이 있으면 NC소프트를 와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셨다. 그리고 당시 꿈과 희망에 차있던 순수한(?) 나의 모습을 보고는 조금 더 현실과 부딪혀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고 하셨다.

SK플래닛의 경우 주변에 지인이 없어 지인의 지인을 통해 조언을 구했다. 지인을 통해 듣게된 당시 SK플래닛에 재직중인 2명의 개발자는 삼성전자와 SK플래닛이 고민할 위치의 회사였냐며 당연히 삼성전자가 맞다고 했다.

이쯤되니 나도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삼성전자에서 네이버나 NC소프트로 이직한 선배들은 있었는데 그 반대의 경우는 없는것 같았다. 삼성전자가 안전한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지금은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나는 무선사업부에 들어가서 안드로이드 개발이나 플랫폼 개발 조직에 가고 싶었는데 네트워크 사업부로 발령이 났다. 거기서 운이 좋게 Spring boot로 개발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연봉뿐 아니라 향후 커리어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실에 너무 강하게 부딪혀 방황을 했다.

One of them

누가봐도 정말 뛰어난 성과를 낸 선배가 자주 사용했던 단어였다. 쉽게 말해 ㅈ밥처럼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One of them이 되지말고 무조건 남들보다 한 발, 두 발 앞서 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네가 그러지 못하면 너도 결국 그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놈이라고 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같이 들었던 동기들이 있는데 몇몇은 그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고, 그 선배와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 조언이 꽤나 오래 머리에 남아 있었다. 처음 입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윗 선배들이 나를 One of them으로 보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눈치를 보며 살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던 시간이 쌓여 나를 결국 이직으로 이끌었다.

그 때 그 조언을 귓등으로 흘려버린 동기들은 업계에서 꽤나 높은 명성을 날리고 있고, 계속해서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겸손해야 한다

내가 한참 여러 기업들에 합격하고 기세 등등하게 후배들에게 합격 후기를 들려주며 어깨가 한껏 올라 있을 때쯤 전공 교수님께서 밥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교수님께 축하 이야기를 들으며 밥을 먹고 있던 때 교수님께서 뼈있는 말씀을 하셨다. 그 때의 상황과 문장이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문장 그대로 적겠다.

“OO아, 요새 여기저기서 찾는 회사도 많고 인생이 잘 나가니까 기분이 좋지? 이제 네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조심해야 할것 하나만 말해줄게. 절대 거짓말은 하지마. 특히, 전공자가 아니라고 해서 기술을 앞세워서 뒤에 거짓을 숨기지마. 결국 드러나게 되어있어. 그리고 네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아니야. 그 사람들도 사실은 네가 거짓말 한다는거 다 알고 있어. 그러니 절대 기술로 사람을 속이지는 마”

그때 교수님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른다. 어딘가에서 내가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신건지, 단순히 어깨뽕이 너무 올라있는 제자의 기를 조금 꺾어 놓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던건지, 아니면 정말 워딩 그대로 다른뜻 없이 인생명언을 하나 남겨주신것인지…아마 지금 교수님께 다시 물어본다면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99% 이상일 것이다.

이 때의 강렬한 기억은 나의 직장 생활 깊숙히 인셉션(Inception)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실수를 인정하게 됐다. 그리고 기획자나 매니저와 개발일정을 조율할때도 기술로 잘 포장된 방패를 먼저 내세우지 않았다. 가장 먼저 나의 역량에서 그것을 일정내에 해낼 자신이 있는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서로의 대화를 이어갔다. 솔직함이 나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힘이 되었다. 일정 조율이 편해졌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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